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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맛집] 30년전 그 맛 그대로 '명동 교자'정보(Information)/대한민국 맛집멋집 2020. 8. 14. 13:36728x90반응형
내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때는 명동을 가는 게 정말 신나는 날이었다.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서울 촌놈이 사람 구경도 하고 콧구멍에 바람 쐬는 날. '빌리지', '포스트카드'라는 보세 옷 브랜드를 아는가? 만약 이 브랜드를 안다면 나와 같은 시대에 10대 후반을 를 보낸 사람들이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지금 나이 40대 중후반의 사람들. 흔히 이야기하는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X세대라고 불리던 사람들이다. 아마도 지금은 아이들 키우고 회사에서는 명퇴 걱정을 해야 하는 온통 걱정거리만 안고 힘들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갑가지 우울해진다(사실 주식계좌 잔고가 빠지고 있다 ㅜㅜ). 우울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 아닌데 이렇게 와버렸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인생 맛집에 대해서 오늘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감회가 새롭다. TV에서는 맛집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유튜브에서는 먹방유투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듯싶다. 누군가 내게 맛집이 있다면 한 군데 소개해주세요? 하면 어떤 곳을 소개할까 하는 생각을 가끔 혼자 해보곤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어떤 곳을 소개할 것인가? 나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명동교자'를 소개할 것이다. 내 인생에서 30년 동안 다닌 식당은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칼국수 하면 서민의 음식이다. 비교적 간단하게 조리해서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마트에서 생면도 팔고 또는 HMR(Home Meal Replacement) 제품으로도 칼국수 제품들이 많이 나온다. 찾아보면 명동교자와 거의 같은 맛으로 반조리된 상품도 나온다. 정말 편한 세상이다. 얼마전에 와이프와 아들과 함께 명동교자를 찾았다. 명동 분점은 아직도 그대로이다. 1966년 창업을 한 이래로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반세기 동안 한 가지 음식으로 한 곳에서 음식을 한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아들과 함께 내 맛집을 간다는 것만으로 너무 맛있는 경험이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군침이 돈다. 예전부터 난 명동 본점보다는 분점을 찾았다. 아무래도 들어가는 골목에서 본점보다는 분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구)명동칼국수에서 '명동교자'로 명칭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교자'가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분점은 1976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명동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손 소독할 것을 안내받고 안내해주시는 분이 무전을 통해 좌석 상황을 체크한 후 1층 또는 2층으로 안내를 한다. 2층 창가 자리 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맛집은 주문할 때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음식은 칼국수를 주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만두는 항상 고민이다. 예전에는 고민 안 하고 시켰지만 요즘은 탄수화물을 잘 먹지 않고 음식량도 많이 줄어서 고민이다. 만두를 더 먹고 싶은 마음에 시킨다. 아이도 있으니(ㅎㅎ). 명동교자는 주문과 동시에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다. 카드를 건네주면 주문받으신 분이 결제를 하고 갖다 주신다. 예전부터 결제시스템은 선불이었었다. 주문을 하면 바로 겉절이가 나온다. 난 이 겉절이를 좋아한다. 마늘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맵지만 신선한 김치. 칼국수가 나오기 전 겉절이를 입안에 넣어본다. 음~~ 역시!
닭으로 육수를 내고 소고기 고명에 만두(변씨만두) 4개가 들어간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칼국수가 바로 나온다. 만두피가 얇고 채소와 야채, 돼지고기가 들어가고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만두가 뒤따라 나온다. 속전속결이다. 주문한 음식이 빠르게 서빙되는 '명동교자'만의 시스템이다. 우선 닭 육수 국물을 음미한다. 걸쭉한 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간간이 들어간 호박과 양파가 맛을 더한다. 정말 후루루 짭짭이다. '명동교자'의 또 하나의 장점은 국물도 리필을 해주고 공깃밥과 사리를 필요한 데로 준다는 것이다. 김치는 음식을 서빙해주시는 분들이 김치 통을 들고 다니면서 김치가 떨어지기 무섭게 채워준다.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칼국수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부족한 분들이라면 공기밥과 사리를 먹어도 되니 충분하다. 지금 칼국수 가격은 9천 원이고 만두는 1만 원이다. 신문기사를 살펴보니 30년 전 칼국수 가격이 4천5백 원 정도였고 처음 오픈했을 때 1966년에는 1백 원이었다. 서민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덤으로 명동도 둘러볼 수 있어 1석 2조다. 다만 차를 끌고갈 경우 주차는 근처에 알아서 해야 된다는 점이 다소 불편한 점이다.
'명도교자'가 언제까지 영업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바람은 앞으로도 명동의 터줏대감으로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동교자'의 주변을 보자. 30년 전에 내가 알고 있던 상품들의 매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한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음식에 있어서 맛도 맛이지만 그 음식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의 됨됨이도 나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내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 손주(그 날이 올까?)와 함께 걸쭉하고 시원한 칼국수 한 사발 맛있게 하고 싶은 생각이다. 앞으로 30년 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사진을 찾다보니 하늘이와 두번이나 갔었다. 겨울에 갔었는데 칼국수를 엄청 잘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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