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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오후 일상] 하원 후 놀이터에서 놀다 집에가기 (feat. 코로나가 바꾼 오후 )
    일상(Life)/하늘아빠 육아일기 2020. 5. 2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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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오후 4시면 모두 하원을 한다. 우리 부부가 맞벌이를 할 때는 어린이집 차량으로 하원을 했고 그 이후는 도우미 이모님이 오후 7시까지 돌봐주셨다. 평상시에는 칼퇴근하고 지하철역으로 뛰어가 급행열차를 탔다. 그래야만 저녁 7시 조금 넘어 동네 지하철 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역에서 내리면 항상 뛰어서 집까지 갔었다. 7시까지 돌 바 주시는 이모님이 기다리시기 때문이다. 시간은 돈인데 항상 죄송하다는 말로 내가 늦은 10여분의 시간을 때울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어디 나만 이렇게 살았겠는가?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 엄마는 모두 슈퍼맨과 원더우먼이다.

     

     

       두 살 또는 세 살 전후로는 병원에 가는 일이 밥먹듯이 자주 있었다. 하늘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도 안심할 수가 없다.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온다. "아버님! 어린이 집입니다." "오늘 하늘이가 열이 좀 있네요.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전화를 끊은 뒤 고만하다 와이프와 상의한 후 반차가 가능한 사람이 휴가를 내고 하늘이를 픽업해서 병원을 가야 했다. 하루하루가 정말 살얼음 판을 걸어가는 듯 불안했다. 그렇게 지내다 올 들어 강제 안식년(?)을 된 후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우선, 하늘이 하원 픽업은 내가 담당한다(ㅎㅎ). 오후 4시 전후 하늘이를 픽업하러 간다. 가끔 날이 좋으면 집에서 걸어가기도 하고 평상시에는 차를 가져간다. 어린이집은 아파트 1층에 자리하고 있다. 벨을 누르면 내가 온것을 이미 알고 하늘이 목소리가 난다. 정말 맑고 밝은 얼굴로 뛰어오는 하늘이다. "아빠! 놀이터 가야지?", "신난다!~~~~." 신발을 신기가 무섭게 현관문을 뛰쳐나간다. 그동안 엄마 아빠가 없는 하원은 얼마나 아쉬웠을까? 이렇게 좋아하는데 , 물론 우리 부부가 없더라고 도우미 이모님과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잘 돌 봐주셨다. 우리 집 앞에 도착하면 하늘이는 부리나케 놀이터로 뛰어간다. 하늘이와 잘 어울리는 친구, 동생, 형, 누나들이 있다. 

     

     

    놀이터에서 먹으면 더 맛있어요. 

     

       요즘은 본의 아니게 하늘이 또래 아이들 부모님이나 손자, 손녀를 돌봐주시는 할머니(할아버지는 거의 없다)들과 자주 뵙게 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기도 했는데 이제는 먼저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놀이터에 오면 아이들끼리 뛰어다니고 모래놀이도 하고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울리며 지낸다. 잠시 보호자들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 진다. 여기 놀이터에서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간식이 있으면 나눠먹고 장간감이 있으면 서로 빌려주고 함께 가지고 논다. 언제부턴가 나는 청소 아빠로 통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제는 성격상 그게 잘 안된다. 하늘이가 모래놀이를 하고 있으면 나는 의례 것 화장실 옆 보관되어 있는 집게와 쓰레받기를 들고 놀이터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다. 어느 날 보니 놀이터 휴게 공간에 담배꽁초가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정말 기분이 안 좋았었다.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놀이터에 갈 때면 쓰레기를 주은지 한 달여가 다 되어간다. 최근 우리 동네 아파트 놀이터는 정말 깨끗해졌다(ㅎㅎ). 

     

     

    백리향에 일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근사했다. 어제 비가 온후 공기는 맑아졌고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살갗으로 다가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나뭇가지 위  멧비둘기도 노래하고 상큼한 공기는 달콤하기까지 했다. 햇살이 좋아서인지 만개한 백리향 꽃 이곳저곳 일벌들이 많이 보였다. 철쭉이 모두 지고 난 빈 공간에는 외로이 지칭개가 꽃망울을 터드렸다. 어제 내린 비로 더욱더 싱그럽게 보인다.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에 왔다 갔다. 아직까지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잠시 오후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아이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해 간다. 하늘이는 항상 제일 늦게까지 있는다. 놀이터에 오면 늘 맨발로 다니는 하늘이는 그 누구 보다고 활달하고 명랑하고 목소리도 제일 크다. 

     

    지칭개: 우리나라 농촌 들녘에서 아주 흔하게 관찰되는 터주식생의 대표적인 종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남자 이이들 다섯 명은 모래성을 구축하고 연신 모종삽으로 두드리며 견고하게 만들며 놀고 있었다. 저녁 6시가 되어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아쉽지만 하늘이에게 집에 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엄마와 영상 통화한 후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가는 하늘이다(아빠보다는 엄마 말을 훨씬 더 잘 듣는다).

     

       5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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