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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아침 일상] 걸어서 하늘이와 함께 아침 등원하기. (feat. 코로나가 바꾼 아침 )
    일상(Life)/하늘아빠 육아일기 2020. 5. 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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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아침 등원길. 

     

     아침 6시 30분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찾아 헤맨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알람을 끈 후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7시가 되면 곤히 자는 하늘이를 깨워야 한다. 왜냐하면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추어 하늘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늘아! 하늘아! 일어나자!"

    "어서 일어나!"

     

    "으으으으응" , "더 잘래!"

     

    "어린이집 가야지~~" 

    "어서 일어나!" 

    3살 하늘이는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했다.(슬픔)

     

       아침 출근시간에 맞추어 하늘이는 어린이집에 가야 했다. 아내도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

    하늘이가 등원하는 어린이집은 집에서 걸어가기가 애매하다.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바쁜 출근 시간에 걸어가기도 힘들고 날씨까지 궂으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차로 하늘이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차를 집 앞에 두고 전철역으로 가서 출근을 했다. 하늘이는 돌 전후 어린이집을 갔으니 2년이 넘게 평일 아침을 그렇게 보냈다. 아침도 먹지 않고 잠도 덜깬 하늘이를 씻기지도 못하고 옷만 입혀서 차에 태우고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 때문에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침 7시 30분까지 나오신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하늘아 안녕 ^^"

    어린이집 아침반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하늘아! 안녕" 

    아쉽지만 빨리 하늘이와 헤어져야 한다. 

     

       하늘이가 잘 들어가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눈도 마주치지도 못하고 급하게 현관을 나와 다시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한다. 아파트 집 앞에 주차를 한다. 아침 급행열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급행은 띄엄띄엄 오기 때문에 한 번 놓치면 1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담배를 피워서 그런지 달리기를 하면 숨이 찬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역으로 지하철이 들어온다. 지하철 문이 열린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지하철 안으로 내 몸을 구겨 넣는다. 

     

    행단보도 앞 

     

       불과 몇개월 전의 일이다. 하루하루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똑같았다. 와이프도 나도 그런 생활이 힘들었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내심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을 터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부부는 모두 직장으로부터 해고 아닌 해고를 당했다. 2월 중순경이니 코로나 바이러스도 한몫했다. 그렇게 졸지에 실업자가 된 우리 부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하늘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1년 넘게 하늘이 하원 도우미로 일을 바 주셨던 이웃집 이모님에게도 말씀을 드렸다. 이제 그만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지금도 이웃사촌으로 잘 지내고 있다 ^^)  그렇게 지난 3월 이후부터 우리 부부는 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 나는 책도 보고 글도 쓰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고, 와이프는 지난해 고생해서 취득한 유아 숲 해설사 자격증과 관련된 사람들과도 어울리기도 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동화작가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혼한 지 8년 만에 서로에게 자발적(?) 안식년을 주었다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생계가 걱정되긴 하지만 올여름까지는 견딜만한 자금이 있다. 지금 계획으로는 와이프는 전업주부를 하고 나 혼자 일을 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난 가장이다. ㅜㅜ) 

     

       퇴사를 하고 달라진 일상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은 평일 아침 하늘이 등원에 관한 이야기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침 출근시간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서 일이 정확이 진행이 되지 않으면 직장에 지각하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요즘 나는 저녁 10시 즈음 잠이 들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블로그 글도 쓴다. 그렇게 아침 8시가 될 때쯤이면 하늘이를 깨우러 안방 침실에 간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늘이와 이야기하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스킨십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오전 9시 전후로 어린이 집에 등원하면 되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은 날엔 하늘이와 걸어서 어린이집에 등원하기도 한다. 싱그러운 봄 햇살을 맞으며 벚꽃 핀 아파트 옆 산책길을 따라가면  기분도 상쾌해진다. 하늘이는 길을 가다 주꾸미 집 앞 길가에 나온 수족관에서 주꾸미도 구경하고 발 밑에 기어가는 개미도 찾아내곤 한다. 하늘이에게는 모든 것이 구경거리다. 손도 맞잡고 때로는 품에 안겨서도 걸어간다. 어린이집 앞 놀이터 운동기구도 타보고 나무 징검다리도 숫자를 세어 가며 하늘이와 건너가 본다.(아직까지 하늘이는 다섯 다음에 일곱이다) 그러던 어느 아침 날. 

     

    "아빠! 오늘은 어린이집 킥보드 타고 갈래?"

    "킥보드 ???"

    "응! 킥보드 타고 갈래!"

    "그래! 한 번 가보자!" (아니 킥보드 라니 ㅜㅜ 걱정이 앞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신나게 킥보드를 타고 앞으로 나가는 하늘이다. 소리를 지르며 멋지게 계단 앞에서 멈추는 신공을 발휘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 심장이 쫄깃하다. 

     

    "아빠! 이쪽 놀이터 쪽으로 가면 돼!"

    "따라와!"

    "어... 어... 그래!" 

     

    놀이터를 지나 아파트 옆 산책로 비탈길을 마주한 하늘이. 심호흡을 하고 이내 내려간다.

     

    "간다!!!!... 야!!!! 신난다!!!" 

    "야~~ 야~~~" 

     

    이제는 제법 킥보드를 재미있게 탄다.

     

       운동을 안 하는 아빠를 운동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걱정할 틈도 없이 나도 하늘이를 따라 힘차게 달려 본다. 퇴사를 하고 나서 담배를 끊었더니 이제는 좀 달릴만하다.(웃음) 하늘이와 힘차게 달리고 내리막 마지막에서 하늘이와 다시 만난다. 4살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하늘이 인데 맘껏 소리 지르고 어린이집 가는 길을 본인이 가르쳐 주겠다면서 먼저 길을 나선다. (괜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늘 조심조심) 

     

       아침 일상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의 상황이 어찌 되었던 하늘이와 함께 하는 오늘 하루는 내 인생이나 하늘이 인생에서도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하루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아침은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침이 나름 즐겁고 여유가 생겼다. 물론 이런 소장한 하루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돈을 계속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아침은 하늘이를 차로 아침에 등원을 시켜주었다. 날씨도 흐리고 월요일 아침은 일주일 동안 사용할 오침 이불을 가지고 가야 해서 손이 무겁기도 하기 때문이다. 퇴사 후 바뀐 아침 일상. 하늘이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아침이 되었으면 한다.(나에게는 더더욱 소중한 아침이다) 오늘 아침도 하늘이 덕분에 힘이 난다. (웃음)

     

     

     

    킥보드를 타고 등원하는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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