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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피울 뻔했던 담배와 아부지 보청기
    일상(Life)/자영업자 생존일기 2025. 3. 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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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1일 금요일 (따뜻한 날씨). 금연 38일 차.

     

    평상시와 다름없음을 감사하는 하루였다. 오후 1시 49분 아부지가 마리에 오시기 전까지 그랬다.

    점점 날씨가 더워진다. 기온이 15도가 넘어간다. 눈이 내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바로 봄이 왔다. 이번 봄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바로 가버릴 것이다. 오후 1시 49분 마리 출입구 쪽에서 아부지가 주저 앉아서 끌려서 들어온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3년 전부터 아부지는 곧잘 의식을 잃곤 했었다. 내가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많이 놀랐었는데 지금은 아부지 상태를 유심히 본다. 119를 부를 것인가? 상황을 보고 기다릴 것인가? 한가로운 마리 카페 안에 있던 손님들도 놀랐을 것이다.

    아부지를 주간보호 센터에서 운동시킨다고 왔다 갔다 했던 공익 친구가 오늘 제대인데 마지막으로 운동시켜 드린다고 하다가 이 사달이 났다. 사나흘 전 감기에 걸리신 후 체력이 많이 떨어지셨다. 이제는 몇 백 미터 걷기도 힘드신 몸 상태가 되었다.

    아부지를 마리 벽 소파에 뉘고 쉬게 했다. 말을 걸어보니 의식이 있다. 다행이다. 119를 불러서 응급실에는 안 가도 된다. 만약에 응급실에 가면 아부지도 고생이고 나도 고생이다. 각종 검사에 기다리고 지치고 몸이 괜찮다고 해도 퇴원 수속 받기가 힘들다. 의사들은 입원을 시켜 상황을 더 보고 검사를 해보자고 할 수도 있다.

     
     

    10여 분 지나서 아부지가 몸을 일으켜 달라고 한다. 벽 소파에 앉으시더니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몇 달 전부터 귀가 안 좋으셔서 보청기를 꼈는데 내가 물어봐도 대답을 못하시길래 아부지 잘 들리냐고 소리를 크게 내었더니 이상하세 며칠 전부터 보청기가 안 들리신다고 한다. 충전을 잘못했거니 생각하고 일단 아부지를 주간보호 센터로 돌려보냈다.

    오후 5시부터 마리 마감을 준비한다. 6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오늘은 아부지 월세방에서 같이 잠을 잘 것이다. 5시 45분 집에서 차를 가지고 가서 주간보호 센터로 아부지를 모시러 갔다. 다른 어르신분들은 이미 모두 센터를 떠나신 후 아부지가 큰 소파에 앉아있다. 나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걸어 나오신다. 정말 다행이다. 혼자 걸을 수 있어서 아부지를 차에 태우고 아부지 월세방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청기 충전을 하기 위해 충전 케이스부터 보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충전 케이스에 물이 묻어나고 케이스 안에도 물방울이 있다. 물에 빠졌던 걸까? 아부지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니 이틀 전에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넘어져서 충전 케이스 있는 쇼핑백을 쳤는데 거기서 물병이 열려서 물이 나와 케이스에 물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다음에는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있다가 주간보호 센터 픽업 기사분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부축을 해서 일어났다고 한다.

    집에서 양말도 못 벗으시고 주무시는 모습.

    아뿔싸!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보호자에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기사는 잘 몰랐던 모양이다. 나는 아무 연락이 없길래 잘 지내는 줄로 있었는데 이번 주 아부지가 몸에 기력이 달려서 많이 힘드셨던 모양이다. 화요일 병원에 갔지 다녀올 때까지도 괜찮았는데 잘 돌봐드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

    '아부지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예요. 편히 쉬셔요"

     

    갈비만두 고향만두에 소주 한 잔 먹고 바로 잠들어버림.

     

    이렇게 말하고 나와서 거실 식탁에 앉았는데 담배 생각이 났다. 한 대 피울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한 달 넘게 참았는데 지금 피우면 안 된다는 생각에 편의점에서 소주만 사 왔다. 아부지 집에 만두가 있길래 만두를 기름에 튀겨 소주를 1/3병 마셨다. 이럴 땐 술을 잘 못 마시는 게 좋다. 바로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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