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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하는 주말 오후 (feat. 행신설렁탕)일상(Life)/자영업자 생존일기 2025. 3. 15. 21:41728x90반응형
3월 15일 토요일 (날씨가 벌써 더워 지려나) 금연 32일 차.
평일은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다. 늦게 끝나기도 하고 아들과 엄마가 함께 평일에는 열공을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 너무 공부를 많이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인 있지만 아내가 아들에 대한 교육만큼을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해서 간섭을 하지 않고 있다. 좋은 습관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바뀌면 운명을 바꾸듯이 꾸준히 잘 했으면 한다. 평일 저녁은 엄마와 보내고 주말 오후는 아내도 쉴 겸 주말은 주로 나와 함께 보낸다. 축구를 같이 하거나 놀이방을 가거나 하고 저녁은 아버님 월세방에서 3대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 아들은 나와 함께 하는 주말 오후를 너무 기다린다. 이유는 엄마는 나처럼 편하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ㅎㅎ
헬스클럽 회원님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모인다. 쉬는 날은 일요일뿐이다. 대부분 은퇴를 하시거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로 삶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다. 노후에도 먹고사는 걱정이 없으신 분들이다. 그렇기에 맘 편하게 아침 일찍 운동을 하시고 하루를 일찍 시작하시는 거다. 가끔 그분들의 삶이 부럽기도 하다.
7시가 조금 넘어서자마자 토당동에 있는 단골손님이 주문을 한다. 주문하는 메뉴만 봐도 이제는 단골 손님인 걸 알 수 있는데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가끔 음료를 하나 더 넣어드리기는 하지만 특별히 잘해드린 건 없는데 우리 마리 메뉴를 너무 좋아하시는 분이다. 특히 샐러드 드레싱은 스리라차마요을 너무 좋아하신다. 드레싱은 보통 기본을 빼고 3개는 추가로 더 시키시는 분이다.
리얼 생토마토 주스. 건강한 맛. 닭가슴살 샌드위치. 베스트내과 핸드위치 8개주문. BLT샌드위치, 타코치킨 샌드위치, 바질후레쉬샌드위치. 오늘은 토요일이다. 점심시간 전까지 가장 바쁜 날이다. 매출이 안 나오는 날도 있지만 보통은 토요일 매출이 평일 매출보다 높다. 일주일 동안 매일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할 수는 없으니 주말 영업은 오후 3시까지만 한다.
8시부터 배달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 하나를 끝내면 또 하나가 들어온다. 계속 그렇게 배달을 빼고 있었다. 오전 10시 전화가 온다. 나는 항상 매장 전화를 핸드폰으로 착신을 하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전화를 받기가 편하다.
"여보세요."
"미리 주문하고 이따 12시에 찾으러 갈게요."
"아. 내 어디시죠?"
"베스트 내과입니다. 샌드위치 8개하고 토스트 콤보 2개 주문합니다. "
"감사합니다.''
지난번 토요일 주문할 때는 11시 정도 주문해서 정말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그때 상황을 아셨는지 오늘은 여유 있게 2시간 전에 전화주문을 해주신다. 베스트 내과는 내가 진료를 받고 있는 병원이기도 하다. 마음 편히 샌드위치 8개를 만들 수 있었다(양상추를 아주 풍족하게 드렸다).
양재김밥 소고기김밥. 4500원이다. 11시 30분 아내와 아들이 마리에 왔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오전에 아들과 함께 강매산으로 등산을 간다고 한다. 5월에 모자간에 한라산을 간다고 하더니 일종의 훈련이라 보면 되겠다. 등산에는 김밥과 라면이 필수인데 단골 김밥 집인 양재김밥에서 소고기 김밥을 하나 사다 준다. 12시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을때 김밥을 먹었다. 일을 열심히 한 후 김밥 한 줄은 정말 맛이 기가 막혔다.
주말 오후는 아들과 함께 축구를. 행신동 차장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더니 제법 공을 잘 가지고 논다. 오후 4시 마감과 매장 정리를 끝낸 후 아들과 함께 차장공원으로 향한다. 공원에서 축구를 하기 위해서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인지 바둑과 장기를 즐기시는 어르신들이 공원에 많이 나오셨다. 요즘은 나도 운동이 필요한 때인데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오늘은 좀 열심히 움직였다. 담배를 끊은 후 호흡이 한 결 좋아졌다. 그전에는 잠깐만 뛰어도 숨이 찼었는데 지금은 호습이 가쁘지 않다. 이제 살만 빼면 되겠다. 날이 많이 풀려서 인지 금세 땀이 난다. 두터운 골덴바지가 이제는 거추장스러운 시기가 되었다. 약 1시간 30분 운동을 한 후 나는 '행신설렁탕'으로 향하고 아들은 아버님 월세방으로 먼저 갔다.
행신 설렁탕 : 설렁탕 1인분에 1만원. 맛이 깔끔하고 포장하면 양이 많다.
앙증맛게 포장해주신다. 깍두기가 맛있다. 3대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 아버님도 좋아하신다. 건강하세요. 행신설렁탕을 행신동에 13년 살면서 이번에 처음 가봤다. 그동안 설렁탕은 이름이 있는 다른 동네만 다녔었다. 얼마 전 아내가 하늘이 친구 엄마 아바도 행신 설렁탕 단골이라며 설렁탕 먹으로 먼 곳으로 갈 필요 없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드디어 오늘 행신 설렁탕을 가본다. 매장은 여느 설렁탕집과 다름이 없다. 다만 홀 테이블 위해 짐같은 것들이 놓여있어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설렁탕 1인분을 포장 주문했다. 아들로 보이는 분이 결제를 하고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음식을 포장하신다. 설렁탕 1인분 가격은 1만 원이다. 가격이 착하다. 요즘 설렁탕을 1만 원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기분 좋게 포장을 해서 나오고 얼른 아버님 월세방으로 와서 저녁상을 차린다.
아버님은 식사 시간을 철두철미하게 지키시는 분이다. 식사 후 약을 드시기 때문이다. 1만 원 설렁탕으로 3대가 모여 같이 식사를 했다. 아버님은 청국장에 우선 식사를 하게 해드리고 추후에 설렁탕 국물만 드렸더니 국물이 맛 좋다 하신다. 아들도 먹어 보더니 맛이 있다고 한다. 기본으로 넣어주는 면사리를 다 먹은 후 면사리 더 없냐고 한다. 행신 설렁탕은 맛없을 것 같다고 하고서는 어느새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아들 아이다. 아버님 보일러 켜드리고 잠자리를 봐드린 후 아들과 나는 동네 투썸 플레이스로 향한다.
엄마는 집에서 원고를 쓰고 있기 때문에 주말에는 어지간하면 내가 아들과 시간을 보내야 돼서 곧장 집으로 안 가고 투썸에서 오레오 케이크와 아메리카노를 먹는다. 아들아이는 가지고 온 책을 잠시 읽더니 이내 다 읽었다며 나에게 심심하다 한다. 이래서 아빠를 좋아한다. 엄마 같으면 어림도 없을 요청을 아빠인 나는 좀 편하게 해주는 편이다. 엄마에게 들통나면 둘 다 엄마에게 혼이 나긴 한다. 내가 블로그를 쓰는 동안 아들은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시청 중이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특별하게 안 좋은 일 없이 평범하게 지나가고 있다. 아무 일 없고 평범한 하루가 행복한 하루라는 것을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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