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 (feat. 교보문고 일산점)
    일상(Life)/자영업자 생존일기 2025. 2. 8. 21:43
    728x90
    반응형

    7시 오픈을 하려면 적어도 30분 전에는 매장에 도착해야 한다. 집에서는 6시 정도(알람은 2개 이상 맞혀야 함)에는 벌떡 일어나야 준비하고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아침에 나의 몸은 천근만근이다. 50년 이상 몸에 뵌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는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뜨고 양치를 한다. 큰 것을 볼까 말까 망설이다 오늘은 그냥 간다. 매장 앞 도착 200미터 전 전화벨이 울린다. 헬스클럽 단골 고객분이다. 오늘은 샌드위치 4개와 계란듬뿍콤보 1개를 주문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7시가 조금 넘어서면 어김없이 카페로 들어오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없는 분들이시다. 이때부터 카페의 시간은 더 빨리 간다. 부랴부랴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던 7시 5분 무렵 토당동에 계시는 단골 고객님이 주문을 하셨다. 아뿔싸. 동시에 2개의 주문을 처내야 한다. 오늘은 더 이상 주문이 안 들어오겠지 하는 순간 쿠팡이츠 주문이 들어왔다. 난리가 났다. 동시에 3개의 주문을 소화하는 것은 샌드위치와 토스트를 만드는 신이 와도 어렵다. 배달로 주문하는 고객들은 매장 상황을 모른다. 내 주문이 그저 빨리 배달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만드는 나는 죽을 맛이다). 

     

    배민 주문현황. 와...돌아버리겠다.

     

    2개의 배달주문 픽업시간을 최대한 늘려 잡는다. 그래야 배달주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대환장파티는 이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손님들은 꼭 만들기 어려운 메뉴 재료준비가 안된 메뉴를 꼭 주문한다. 만들기 어려운 게 맛있고 재료 준비가 안된 것은 그만큼 재료 소진이 빠른 잘 나가는 메뉴이기도 하다. 헐레벌떡 재료 준비하고 만들기 까다로운 메뉴를 만든다. 이러면서 나의 리듬은 깨지기 시작한다. 배달 주문을 다 만들지 못했는데 배달 기사와 와있다. 카페 모니터 스피커로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 혼자 메뉴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배달 주문 일시정지를 한다. 배달의 민족, 쿠팡, 요기요 3개를 해야 한다. 메뉴를 신나게 만들고 있는데 모니터 스피커로 '네이버주문' 들어왔음을 알린다. 미칠 지경이다. 손님은 빈틈을 진짜 잘 찾아서 들어온다. 고민한다. 배달을 받을 것인지 취소를 할 것인지(결국 주문을 받고 말았다 ㅜㅜ).

     

    이렇게 오전 11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했다. 주방은 이미 난리부르스다. 개수대에는 설거지가 가득 차있고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통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이 되고 말았다. 커피 한 잔 먹을 여유도 오늘은 사치다. 11시 30분경 매장 전화가 울린다. 혼자 장사를 하려면 전화를 받는 손도 자유로워야 한다. 매장 전화를 핸드폰으로 착신시킨 후 귀에 부담이 거의 없는 오픈핏 에어 이어폰으로 받는다. 전화를 받으면서도 두 손과 몸이 자유롭다. 

     

    " 네 안녕하세요! 여기 병원인데요 주문할게요"

    " 네~~ 네~~ 말씀하세요"

     

    "크래미 샌드위치 1개, 개란듬뿍콤보 1개 요"

    "그리고 BLT샌드위치 4개(아.. 네...), 타코치킨 샌드위치 6개(나) 요! 

     

    전화로 받고 있는 사이 배민 1 주문이 들어온다. 메뉴와 가격을 보니 2주에 한 번 토요일마다 시키는 치과병원이다. 주문 금액은 88,000원. 머릿속이 복잡하다. 결정해야 한다. 두 개다 주문을 받을 수는 없다. 혼자서 메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문 1개는 포기해야 한다. 메뉴 주문이 10만 원이면 평균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눈물을 머금고 배민 1 주문을 취소한다(치과병원 미안해요). ㅜㅜ

     

    오늘 매출은 49만 원이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혼자서 하기 때문에 정리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마감 시간 오후 3시가 넘어서 오후 5시까지 일요일 장사 준비를 하고 카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토요일 저녁은 아버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요즘은 거의 그렇다. 주간보호센터에서 토요일은 우리 집으로 아버님을 모셔다 주신다.

     

    즐거은 저녁식사. 찬이 없어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벨라시타 러쉬. 저녁 6시 이후에는 마감할인으로 1만원으로 2시간 놀이를 할 수 있다. 6시 15분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 집에 책이 있어 조금씩 읽고 있는데 책이 어려운건지 내 머리가 나쁜건지 진도가 안나간다.

     

    참 좋은 세상. 생각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 무료 와이파이에 패드와 키보드로 블로그 작성.

     

     

    아버님과 식사를 한 후 아버님을 댁에 모셔다 드리고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근처 교보문고로 향한다. 아들은 롯데아울렛 바로 옆 벨라시타 2층에 있는 '러쉬'에 6시 이후 마감할인을 받아 놀게 한 후 나는 아내가 있는 교보문고 일산점으로 왔다. 일산 교보문고 F16 코너에 운 좋게 자리가 비어 있다. 작년에 가성비로 산 뮤패드를 꺼내고 키보드를 연결한 후 블로그를 쓰고 있다. 오늘 하루 정말 참 보람차다. 일하는 내내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배우 김태리가 낭독한 '바깥은 여름' 김애란 작가의 책을 들었다. 김애란 작가의 책 후기는 나중에 블로그에도 쓰겠지만 듣는 내내 묵직하고 먹먹했다(교보문고에 보기 김애란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이제 다시 벨라시타로 아들을 데리러 가야 한다. ㅎㅎ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