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군산 처가댁에 처남댁과 함께 모였다. 이게 얼마만의 만남인가? 코로나 이후 근 2년 만인 것 같다. 정말 기다긴 시간이다. 5월 1일이 장인어른 생신이었고 5일은 어린이날, 그리고 8일은 어버이 날이라 안 모일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모며 저녁식사는 누룽지 닭백숙의 최고 맛집 '뜨락'에서 먹고 차를 마시기 위해 바로 옆집인 '푸르던'으로 향했다. 사실 뜨락으로 밥을 먹으러 가다가 '푸르던'을 발견했고 사전의 그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정말 카페의 겉모습만 보고 들어갔다.
군산의 적산가옥은 아니어도 함석지붕의 벽돌집을 새롭게 리모델링 해서 카페를 만들었다. 집을 이루고 있는 외벽의 벽돌만 그대로 남기고 천정과 테라스 등의 공간의 새롭게 모델링을 했다. 카페의 뒤에는 너무도 곧게 뻗은 대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옛 것을 그대로 살리면서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 요즘 이런 인테리어 스타일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카페 주변으로 심어놓은 나무와 풀들까지 카페 조경이 심상치 않다. 카페와 조금 떨어진 별채 같은 건물 앞에 놓은 분재들도 저마도 모양새를 뽐내고 있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방 안에는 수석까지 보인다. 주인장의 직업이나 관심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푸르던' 이라는 카페 이름에서도 묘한 매력이 있다. 아름답던, 그랬던 것처럼 과거 시간의 아름다음을 표현한 것처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 같다. 예전의 추억을 간직하며 지금도 그 추억하는 오마쥬 하는 것 같은 느낌! 카페 이름까지 마음에 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정말 2년만에 모인 처가 식구들과 함께 여서 더욱 행복했었다. 주차장에서 카페로 이어지는 돌길 옆 잔디 위에 심어진 나무들이 이뻐서 꽃 웨딩 꽃길 같은 무대 연출을 해준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푸르던 카페의 포토 스폿을 이곳이 아닐까 한다. 물론 2층 테라스로 있고 카페 안에도 이쁜 포인트들이 많긴 하지만 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사진 찍어 드리는데 정말로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다. 웬만해선 잘 웃지 않으시던 장인어른이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쩐 일인지 이날 장모님은 장인어른을 꼭 껴안아 주셨다.
우리 가족이 좀 늦게 가서 그런지 카페에서 직접 만드는 빵들이 많이 팔린 상태여서 아쉬웠다. 카페의 곳곳의 소품이나 의자 테이블등을 많은 고민이 보이는 제품들이었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대나무 숲이 보인다. 푸르던 카페 뒤로 대숲이 병풍처럼 펼쳐있다. 대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스폿을 마련해 두었고 천국의 계단 같은 높이는 아니지만 대나무 숲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곳이다.
카페의 인테리어와 정원과 풍경에 취해 커피의 맛은 잘 모르겠지만 가족들이 이야기 하기론 합리적인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요즘 인테리어 잘 꾸민 카페를 가면 커피 한 잔에 거의 만원에 가까운 가격대에 놀라기도 하니 말이다. 아메리카노 4천 원, 카페라떼 4천5백 원이다.
저녁을 먹고 간 시간이라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없어 우리 아이들이 1층 잔디밭에서 마음껐 뛰어놀았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었다. 요즘 노 키즈존이 많아 다음에 올 때는 노 키즈존이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직까지는 아이들까지 즐겁게 놀 수 있는 푸르던이다. 1층 야외에서는 애완동물도 함께 할 수 있다.
군산에 맛집인 뜨락을 가다 우연히 마주한 '푸르던' 디저트 카페. 처음왔지만 낯설지 않아서 좋았고 나에게 많은 인테리어 영감을 준 곳이다. 나중에 나도 이런 카페(? 쉽게 오픈할 수 있는 카페는 없다 ㅜㅜ) 하나 운영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준 '푸르던'이다. 작년에 오픈 한 곳인데 군산에서도 이렇게 개성 있고 감성 충만한 고민의 흔적이 많이 담겨있는 편안한 카페를 만난 것에 감사한 하루였다. 겨울에도 푸르고 나중에도 나의 기억 속에 푸르던 추억을 남겨주는 카페로 남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