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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8] 일요일의 비명, 40만 원짜리 하루삶과 사유의 기록/50대 인생 2막 도전기 2026. 9. 13. 15:20반응형
일요일 아침을 깨우는 건 늘 교회 손님들의 단체 주문이다. 매주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참 고마운 분들인데, 두 분 다 공교롭게도 오전 8시 픽업이다. 한 분은 토스트 단품 15개, 다른 한 분은 토스트 콤보 10개에 샌드위치 4개.
어젯밤엔 피곤에 절어 아무 생각 없이 곯아떨어졌는데, 다행히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번쩍 눈이 떠졌다. (알람을 못 듣고 넘겼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다.) 서둘러 모자를 눌러쓰고 8평 가게 문을 열었다. 8시 정각까지 이 물량을 혼자 쳐내려면 숨 쉴 틈도 없다. 차갑게 나가도 되는 샌드위치 네 개를 먼저 각 잡아서 말아두고, 토스트는 온기가 생명이니 픽업 직전으로 시간을 바짝 당겼다.
철판 위에 빵을 올리고 계란을 붓는데 바닥이 보였다. 계란 베이스가 듬뿍 들어가는 햄치즈 주문이 몰린 탓에 계란물이 똑 떨어진 것이다. 8시 정각, 다행히 차질 없이 두 분 손에 따끈한 봉투를 쥐여 보냈다. 하지만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배달앱 오픈 시간을 원래 8시에서 9시로 한 시간 뒤로 밀었다. 계란물은 만들어두고 최소 네 시간은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는데,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다. (원칙대로 장사하기엔 내 몸뚱이가 딱 하나뿐이다.)

오후 2시까지 포스매출. 오늘은 정말 쉬는 시간이 없었다. 주문이 없어도 걱정, 넘쳐도 겁나는 1인 매장의 딜레마
9시 정각, 배달앱을 열자마자 요란한 알림음이 터졌다. 오픈 시간을 한 시간 늦춰놓았더니 목 빠지게 기다리던 단골손님들이 기다렸다는 듯 주문을 넣은 모양이다. 순식간에 배달 주문 3개가 연달아 꽂힌다.
'어, 오늘은 평소랑 좀 다른데?'
불길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든다. 장사가 안돼도 피가 마르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져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1인 매장의 비애다. 손은 두 개뿐인데 주문 여러 건을 동시에 받아낼 재간이 없다. 배달 기사님들의 재촉하는 눈빛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국 다시 배달앱 셔터를 내려버렸다. (배달 주문을 내 손으로 막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쓰리지만 살고 봐야 한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고, 다리는 풀려버렸다
정신없이 배달을 쳐내고 10시 반쯤 되어 겨우 숨을 고르는데, 통창 너머로 낯익은 실루엣들이 보였다. 근처 성당에 다니시는 아주머니 부대다. 가끔 들르시긴 하지만 오늘은 무려 여섯 분이 무리를 지어 당당하게 걸어오신다.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배달앱을 완전히 잠갔다. 홀 손님 음식 만드는데 배달 알림까지 띵동거리면 내 멘탈이 산산조각 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한 분 한 분 토스트 콤보에 음료까지 각개전투로 주문을 쏟아내신다.
그 뒤를 이어 다이소 이모님이 들어오시고, 처음 보는 남자 손님이 밀박스를 시킨다. 완전히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오늘은 아예 배달앱을 켜지 않기로 했다. 워킹 손님만 받아도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 판국이다. 일요일 단골이란 단골은 모조리 총출동한 날 같았다.
오후 2시, 마지막으로 들어온 남자 손님 네 분의 커피를 빼드리고 나서야 겨우 철판 앞을 벗어났다. 순간 다리에 힘이 털썩 풀렸다. 가뜩이나 하지정맥류 때문에 늘 다리가 쑤시고 저린데, 오늘은 온몸의 피로가 죄다 하체로 쏠렸는지 발바닥이 욱신거리다 못해 화끈거린다.
포스기를 열어 마감 정산을 눌러봤다. 404,800원.
요근래 찍어본 적 없는 최고 매출이다. 통장에 찍힐 숫자를 보면 헛웃음이 나오며 안도감이 들다가도, 쑤셔오는 무릎을 만지작거리면 쓴 물이 올라온다. 가족들 생각하며 이 악물고 버텨낸, 평일보다 서너 배는 더 고단했던 일요일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D-48 오늘의 마감 정산]
- 오늘의 총매출: 40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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