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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0] 폐업 50일 전, 샌드위치 실력은 역대 최상이다. 샤갈삶과 사유의 기록/50대 인생 2막 도전기 2026. 9. 11. 17:22반응형
아침 출근길 뺨을 스치는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피부로 실감한다. 카페 출입문 맨 꼭대기 자물쇠를 열고 들어서자, 간밤에 출구를 찾지 못해 갇혀 있던 매장의 더운 공기가 서둘러 빠져나가며 차가운 아침 공기와 조우했다. 이제는 에어컨을 켜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마음만은 상쾌하다.
얇은 겉옷을 걸친 채 카운터에 앉아 포스기 전원을 켜고, 바로 옆에 닫혀 있던 맥북 에어의 상판을 들어 올렸다. 별도로 전원을 누르지 않아도 화면이 바로 켜지는 사소함에 잠시 미소를 지어본다. 커피머신을 켜고 매장 불을 밝힌 뒤, 구석 그리들의 가스 밸브를 열어 약불로 예열했다. 언제나처럼 익숙한 출근 루틴을 마쳤다.
맥북으로 야후 파이낸스를 열어 간밤의 미국 시장을 점검했다. 오라클의 깜짝 실적과 유가 100달러 돌파,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락.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렸기에 내가 주력으로 담고 있는 실리콘모션(SIMO)이 -4%대 조정에 그친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픈까지는 아직 한 시간 넘게 남았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시간이다.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폐업을 앞두고 얼마 전부터 배달 시작은 오전 8시로 늦추고 매장 마감은 저녁 7시로 당겼다. 그 덕에 하루 2시간의 여유가 새로 생겼다. 지난 4년간 큰돈을 벌지는 못했어도 아프지 않고 싫증 내지 않으며 묵묵히 버텨온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포상 같은 시간이다.

오전에 배가 고파서 해먹은 오믈렛. 계란물+양파+방울토마토+블랙올리브+아몬드 그리고 루꼴라 오리엔탈 드레싱으로 단백하게 먹는다. 활자가 남긴 먹먹함과 텅 빈 주문 알림
의자에 가만히 기대앉아 어제 완독한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을 떠올렸다.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인데, 읽는 내내 손바닥으로 가슴 한구석을 꾹 누르는 듯한 답답함이 머물렀다. 숨이 가빠질 때면 잠시 책과 오디오북에서 귀와 눈을 떼어 숨을 고르고, 이내 그 먹먹함에 이끌려 다시 활자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젯밤 잠자리에 누워서는 작가의 최근작인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첫 장을 열었다.
금요일인 데다 날씨가 선선해진 탓일까, 아니면 매장을 정리하려는 내 마음을 손님들이 먼저 눈치챈 것일까. 오전 내내 배달 주문 알림음이 단 한 번도 울리지 않는다. 몸은 편하지만 자영업자의 마음은 묘하게 불편해진다. 자영업은 모든 불확실성을 온몸으로 껴안아야 한다던, 제주에서 독립서점을 꾸려가는 어느 책방지기의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길 위의 꿈, 그리고 조금씩 지워져 갈 나의 흔적
매장이 고요해지자 생각은 다시 앞으로의 날들로 향한다. 가게를 정리하고 개인택시를 시작하려던 계획 한편으로, 작은 독립서점을 함께 품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월세 50만 원 남짓에 관리비 부담이 적고, 1층에 큰 창이 나 있는 아담한 공간. 낮에는 글을 쓰는 아내가 책방을 지키고, 나는 거리에서 운전대를 잡다가 저녁에 서점으로 돌아와 오롯이 나만의 활자 속에 머무는 평온한 하루를 그려본다. 전 세계 독립서점 영상을 찾아보아도 책 판매만으로 생계를 잇는 곳은 없었고, 다들 든든한 본업을 둔 채 서점을 가꿔가고 있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개를 내미는 작은 씨앗 하나가 자꾸만 가슴을 간지럽힌다.
오전 10시 근처 회사에서 자주 오던 단골손님이 동료와 함께 들어와 토스트와 커피를 주문하며 물었다.
"사장님, 진짜 10월에 문 닫으시는 거예요?"
"네, 그럼요. 11월 초면 이곳에서 제 흔적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웃으며 대답했지만 손님은 ‘웃프다’며 아쉬워했고, 그 표정에 내 속도 덩달아 쓸쓸해졌다.
뒤이어 가스 검침원 아주머니가 들어와 웬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셨다.
안전 점검차 들렀다는 그분에게도 10월 말로 장사를 마친다는 소식을 전했다.
"어머, 그럼 앞으로는 뭐 하시게요?"
걱정스레 건네오는 물음에 씁쓸한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게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계란듬뿍 토스트와 바질 치즈 토스트. 내가 봐도 토스트콤보의 최고의 조합이다. 가게 곳곳에 스며든 4년의 시간과 곧 지워질 나의 자리, 그리고 불확실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설레게 하는 다음 여정이 가을바람과 함께 교차하는 하루다. 아이러니하게도 토스트를 굽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내 솜씨는, 4년이 흐른 지금 오픈 이래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다. 물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이제 폐업이라니. 샤갈.
[D-50 오늘의 마감 정산]
- 오늘의 총매출: 126,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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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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