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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51] 유가 100달러와 329만 원짜리 아이폰 듀오, 그리고 토스트 굽는 나의 하루
    삶과 사유의 기록/50대 인생 2막 도전기 2026. 9. 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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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2시,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가 열렸다. 팀 쿡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존 터너스(John Ternus) 신임 CEO의 첫 시험대였다.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애플 신제품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 주식을 시작한 뒤로는 애플 같은 기업의 움직임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이제는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이 도대체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소문만 무성하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삼성이 이미 갤럭시 Z 폴드8까지 내놓으며 시장을 닦아놓은 터라, 이른바 '앱등이'들에게는 참 오래도 기다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에게는 이런 최신 플래그십 폰이 전혀 필요 없다. 지금 주머니에 든 보급형 갤럭시 A35 한 대만으로도 인터넷 뱅킹, 주식 주문, 매장 사진 촬영까지 내가 하고 싶은 건 죄다 차고 넘치게 해내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해 가게 불을 켜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야후 파이낸스 기사를 훑는 일이다. 제미나이와 머리를 맞대고 미국 시황을 다듬은 뒤, 내가 쥐고 있는 실리콘모션(SIMO)의 주가 흐름과 반도체 섹터 이슈를 엮어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어느덧 한 달을 훌쩍 넘겼다. 매일 미국 장세를 정리하는 게 고단하긴 해도, 나만의 투자 일기를 남긴다고 마음먹으니 그럭저럭 버텨낼 만하다.

     

    다행히 간밤에 실리콘모션은 +2%대 상승으로 마감했고, 애플은 신제품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0.28% 약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제품이 별로였나?" 싶어 현장에 모인 테크 유튜버들의 개봉 영상을 찾아봤다. 접고 펴는 화면 애니메이션은 애플답게 감탄이 나올 만큼 매끄러웠다. 티타늄으로 깎아낸 힌지도 견고했고, 반사를 줄인 특수 필름 덕분인지 접히는 부분의 주름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역시 애플은 애플이다.

     

    그런데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국 달러로 1,999달러, 한국 출고가는 무려 329만 원. 이런 샤갈.

    손바닥만 한 전화기 한 대에 300만 원이 넘어가는데 이걸 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매장에서 든든하게 쓰고 있는 M4 맥북 에어도 15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샀는데 말이다.

     

    애플위치. 애플 유튜브 이벤트 장면 캡쳐

     

    손목 위의 인공지능과 귀로 꽂히는 실시간 번역의 충격

    오히려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아이폰이 아니라 함께 발표된 애플워치의 '시리 리캡(Recap)' 기능이었다.

    손목에 차고만 있으면 온종일 스쳐 지나간 소음과 대화의 맥락을 감지해 두었다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섰을 때 오늘 하루의 일정을 일기처럼 핵심만 싹 요약해 준다는 것이다. 내가 굳이 일일이 메모할 필요 없이 워치가 정리해 준 걸 옮겨 적기만 하면 된다니, 참 기가 막힌 세상이다. 세상은 쉴 새 없이 변해가는데, 50대 중반을 넘어선 내가 그 속도를 온전히 따라가기는 벅차다는 생각도 스친다.

     

    이런 기술의 격변은 최근 해외 뉴스를 볼 때도 뼈저리게 느낀다. 얼마 전부터 유튜브에서 'AI 자동 더빙' 기능이 켜진 영상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랭귀지 리액터)을 켜고 자막을 눈 빠지게 읽으며 영어 공부 삼아 해외 영상을 봤는데, 이제는 재생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한국어 음성이 흘러나온다.

     

    블룸버그나 CNBC 같은 현지 방송 클립도 앵커의 입 모양과 호흡에 맞춰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더빙되어 송출된다. 마치 KBS 9시 뉴스를 틀어놓은 것처럼 편안하게 귀에 쏙쏙 꽂힌다. 조금만 방심하면 뒤처질 것 같아 가끔은 이 빠른 세상이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 그나마 미국 주식에 발을 담그고 세상 돌아가는 판세를 억지로라도 주워듣고 있는 내 모습에서 작은 위안을 찾을 뿐이다.

     

     

    에어컨을 끄는 계절, 텅 빈 통장과 남은 50여 일의 전투

    출근길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다. 아침에 반팔만 덜렁 입고 나왔다가 팔뚝에 닿는 서늘한 바람에 살짝 후회가 들 정도였다. 가는 세월 붙잡고 싶은 나이라지만, 올여름은 지독하게도 더웠기에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는데 어느새 가을이 문턱을 넘었다.

    자영업자에게 에어컨을 끌 수 있는 날씨가 찾아왔다는 건 그 자체로 큰 구원이다. 여름철 전기세 폭탄과 감당하기 힘든 상가 관리비는 늘 목을 죄어왔다. 장사도 신통치 않은데 평달보다 50% 넘게 불어난 관리비 고지서를 마주할 때면 눈앞이 아찔해지곤 했다. 이 짓도 이제 딱 50여 일 남았다.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9시 무렵 반짝 한숨을 돌린 뒤로는 꾸준하게 주문이 이어졌다. 오늘은 배달보다 매장으로 직접 걸어 들어오는 워킹 손님이 많아 반가웠다. 플랫폼에 떼이는 수수료 없이 같은 노동으로 온전한 몫을 챙길 수 있는 워킹 손님이야말로 자영업자의 밥줄이다. 장부를 쓰는 거래처 주문까지 겹치면서 오전 11시쯤에는 아예 배달 앱을 끄고 점심 장사를 치렀다. 배달 쳐내느라 홀에 오신 귀한 손님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문이 한 번에 와르르 쏟아져도 힘들고, 끊이지 않고 줄줄이 이어져도 지친다. 둘 중 뭐가 더 낫냐고 묻는다면 둘 다 똑같이 뼈가 쑤신다. 1인 자영업의 하루는 언제나 녹초다.

     

    오후 2시쯤에는 근처 초등학교에서 샌드위치 6개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6잔 주문이 배민으로 들어왔다. 매장 전화로 직접 주셨으면 참 좋았으련만, 배달 앱을 거쳐 들어오는 단체 주문은 금액이 제법 커 보여도 플랫폼에 수수료를 뭉텅이로 떼이고 나면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 배달 시간을 조금만 늦춰달라는 학교 측 연락에 "다음에는 매장으로 전화 한 통만 넣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조심스레 부탁을 드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 차이 없는 일이지만, 내게는 그 수수료 한 푼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저녁을 앞두고 정산 창을 열어보니 가게 통장은 어김없이 '텅장'이다. 밀린 월세 메우고, 자동차 할부금 빠져나가고, 대출 이자까지 내고 나면 이번 달도 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나 역시 변해야 하며, 모든 것은 흘러간다.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치열한 전투와도 같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을 살아냈고 내일의 시장을 다시 마주할 것이다.

     


    [D-51 오늘의 마감 정산]

    • 오늘의 총매출: 296,100원

    2024.06.18 - [삶과 사유의 기록/50대 인생 2막 도전기] - 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건....

     

    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건....

    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건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망하면서 깨달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자영업자로 부푼 꿈을 꾸며 작년 23년 7월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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