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행복이다. (feat. 아들)

 2월 17일 월요일 (날씨가 다시 추워짐) 금연 6일 차

 

월요일 아침이다. 다시 한 주가 시작한다. 계속 되풀이되는 하루의 일상이지만 이 평범한 일상 속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2년 전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더욱 그러하다. 몸 안 아프고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다는 아무일 없는 하루가 행복이다.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어제 아버님 월세방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아내가 핸드폰을 보여주며 배우 김새롬 양이 죽었다는 사실을 공유해 줬다. 아들이 뒤에 타고 있어 뭐라 이야기는 안 했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나는 아무 일이 없어도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일이 일어난다.

 

단골손님이신 '터프하다'님이 주문한 메뉴. 콥샐러드에 수비드 비프 추가.

 

아침 오픈 전부터 샌드위치 5개를 만든다. 헬스클럽 회원님 주문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데도 항상 먼저 인사해 주시고 감사의 말씀을 해주신다. 오늘도 회원 열 분이 오셔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흐뭇하다. 오늘은 웬일인지 요기오 주문이 2건이나 들어왔다. 몇 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날은 배민이나 쿠팡이츠가 주문이 들어오고 요기오는 거의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니 단골손님들이 하나 둘 전화도 오고 매장으로 들어온다. 내가 별칭을 지어준 안경쓴그녀, 11시 50분, 터프하다 등 모두 자주 카페를 찾아주는 단골 손님들이다. 

 

동태 전, 두부 전, 삼색 전, 동그랑땡 그리고 할라피뇨.

 

일을 하다 보면 끼니를 제때 챙겨 먹기 힘들다. 틈틈이 배가 고프면 토스트를 먹거나 샐러드를 먹기도 하는데 오늘은 어제 어머님 제사를 지내고 남은 전을 먹었다. 이번에 제사 음식을 해온 업체(네이버에서 주문 '내맘다믄')는 음식이 정성스럽고 맛도 있다. 동그랑땡, 동태 전, 두부 전, 삼색꼬치 전까지 알차게 불판에 데워서 먹었다. 어머니도 명절날 전을 잘해주셨었는데 보고싶다. 

 

오후 3시 44분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아들아이 앞니가 깨져서 지금 치과에 가고 있다고 다급하게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요즘은 방학기간이라 돌봄 교실에서 놀다가 한 학년 위 형이랑 놀다고 부딪혀서 이가 부러진 것이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인가? 아침 출근할 때 만 하더라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행복이라 하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불행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아내는 지인과 아들의 치료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있다. 많이 속상하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아들아이 혼자라 아내가 정말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참 속상하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팠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다.

 

제가 지내고 남은 제사 나물로 비빕밥 만들어 먹기..

 

오후 5시 25분 코끼리 유치원에서 단체주문 전화가 왔다. 내일 오후 1시까지 샌드위치 20개와 음료 20잔이다. 내일 하루는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퇴근을 하면서 계란 한 판을 가지고 집에 온다. 어제 남은 제가 음식 중에서 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는다.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만으로 훌륭한 저녁식사가 된다(제사 음식주문은 역시 '내맘다믄'). 아내는 식사 후에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면 필라테스 운동을 하러 나갔다. 아들아이는 이제 좀 괜찮은지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패드를 찾아 달라고 졸라댄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라본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