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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지로] 나도 결국엔 꼰대 였다! (f.세운상가_해피클럽)
    리뷰(Review)/대한민국 이곳저곳 2022. 3. 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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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과 북악산을 바라보는 늠름한 세봇. 예전 세운상사는 탱크로 만든다는 곳이었다. 

     

     

       주말 일요일 오후 집에 있기만은 답답해서 가족을 모두 데리고 광장시장으로 향했다(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가니 내가 정말 편했다. 차만 타면 옆에서 핸드폰을 뚫어져라 보는 아내가 왠지 밉상이었...). 여기서부터가 실수였다. 내가 생각하는 광장시장과 아이가 바라보는 광장시장은 천지 차이였다. 모둠전도 먹고 마약김밥 먹고 육회도 먹고 어묵도 먹고 이래저래 내가 먹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간 터라 아내와 아이 특히 아이(미운 6살. ㅋ) 도 그냥 좋아하고 따라다닐 줄 알았다. 아이는 육회와 모둠전에 나온 고기전을 몇 입 베어 물더니 이내 답답한 듯 다른 데로 가자고 보챈다. 내가 픽한 장소를 쉽게 단념하기는 좀 힘들었지만 아이가 싫어하니 별 수 없었다. 광장시장을 빠져나와 청계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내가 한 발 앞서 가더니 아이의 눈높이 맞혀 술래잡기하듯 뛰기도 하고 냇가 징검다리도 건너고 신나게 하하호호 아이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아내가 뒷짐진 나에게 오더니 팔을 꼬집는다. 아이와 놀아 주라는 이야기인 듯하다. 마지못해 아이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한 번 더 건너다 내가 빠질 뻔했다. 뒤에서 혀를 차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광장시장 종로식당에서 먹은 빈대떡+육회+고기전 = 24,000원 이다. 육회나 전이나 큰 기대는 하지말자 퀄리티는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말 일요일 음식점과 광장이장 초입에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코로나 시국은 아니었다. 

     

     

       걷다보니 청계천에서 올라와 세운상가의 공중 보행로를 걷고 있었다. 아내는 익숙한 듯 나와 아이를 안내했다. 어? 여기 세운상가 내가 예전에 알던 세운상가가 맞나? 정말 오랜만에 왔다. 하기사 요즘은 차를 타고 목적지만 가지 이렿게 걸어서 어디를 가본 적이 없었다. 세운상가도 그냥 지나치기 일수였다. 세운상가는 나에게는 청소년 시절 성인잡지(?)를 구매하던 맘 설레던 장소였다. 그런데 30년도 더 지난 지금 가족과 함께 이곳을 함께 걷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종로 3가를 지날 때쯤 아내한테 "여기 예전에 영화 보러 많이 왔었는데...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이야기했다가 꼰대 같은 말만 한다고 잔소리를 들었었다. 나 역시 나이를 먹었고 남이 볼 땐 나 역시 꼰대였다. 

     

     

    청계천에서 바로 본 종로! 왼쪽으로는 공사가 한창이다. 

     

    세운상가에서 세운상가 광장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일요일 날씨나 포근했다. 일요일에 쉬는 카페가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세운광장에서 바라 본 종묘와 인왕산, 북안산. 

     

     

    금요일 저녁에 오면 정말 사람이 많을 듯.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광장도 생기고 공중 보행로도 생겼다. 상가 3층에는 청년들이 몰려와 힙지로에 걸맞은 식당과 카페들이 생겨났다. 뭐랄까? 나 혼자 뒤쳐지는 이 기분은 뭐지? 세운상가를 지킨다는 '세봇'을 난 '로보트 태권 V'인 줄 알았고 예전 쉬쉬하면서 나에게 성인잡지를 팔았던 형들은 모두 없어지고 그 자리엔 힙하게 옷을 입고 데이트와 시간을 보려오 온 젊은 친구들이 마주치고 있었다. 나보다 8살 어린 와이프는 이전에도 몇 번 와본 눈치였다. 어! 호랑이 카페가 어디에 있지? 하면서 가족을 이끌었다. 일요일이라 호랑이 카페는 문을 닫았고 바로 그 옆에 '해피클럽'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카페를 들어가면서 눈치를 봤다. 내가 들어가도 되나? 모두다 젊은 친구들인데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팀은 우리밖에 없었다. 뭔가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이 느낌은 뭐지? "드시고 가실 건가요?" "아! 네.." "접종 확인 좀 부탁드려요!" 메뉴를 보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내가 아는 메뉴들이네. ㅎㅎ. "크로플 하나, 연유소금라떼 하나, 해피밀크티 하나 주세요!" 

     

     

    먼저 예전 이발소 같은 출입문과 칼라풀한 의자. 

     

    조명도 색감도 인테리어도 힙하다. 

     

     

     

    크로플도 크로와상으로 만든 와플이라는 것을 안지 얼마 안된다. 

     

     

    자리에 앉아 왠 추억에 잠시 빠져 본다. 신촌 락카페도 생각나고 신당동 떡볶이.... 아.. 아.. 아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니 아이가 크로플에 같이 나온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러더니 바로 크로플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아주 맛있게 먹는다. 그렇지 아이에게는 광장시장 육회는 아니었던 것이다. 해피밀크티는 아이스로만 제공된다. 한 입 먹으니 입안에 달콤한 향이 퍼지며 온몸에 당이 흐르는 이 느낌. 부드러운 연유 같은 맛! 잠시 지병인 당뇨병은 잊고 행복감에 빠져든다. 

     

     

    대림상가에 있는 힙한 카페와 식당들. 역시 젊음은 다르다. 대림국수 앞 노상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여성분들. 

     

     

    공중보행로에 대한 민심이 좋지는 않다. 

     

    해피밀크에서 힙하게 시간을 보내고 다시 걸었다. 목적지는 명동칼국수였다. 걷는 도중 공중 보행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다시 공사를 하는 공중보행로 구간이 보였다. 그런데 왜 그러지? 이곳저곳에 장사 못하겠다, 말이 되냐, 서울시는 반성하라는 등의 공중 보행로 공사를 반대하는 플랜카드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집에 와서 기사를 찾아보니 몇 년에 지지부진 한 공사의 이유가 있었다. 이곳 세운상가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이곳은 이래저래 말이 많이 곳이었다. 세상의 기운이 이곳에 모인다는 뜻인 세운상가는 최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현재는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중간에서 몸살을 앓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중 보행로 공사로 인해 기존 골목상권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고 기존 입주한 전자상가 상인들의 피해도 상당한 게 현실이었다. 

     

    오랜만에 가 본 세운상가. 세운상가도 나도 변했다. 세운상가는 도시재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나는 꼰대가 되어 세운상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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