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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 추석 연휴의 끝자락, 주방의 온도와 34일삶과 사유의 기록/50대 인생 2막 도전기 2026. 9. 27. 14:57반응형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일요일이다. 남들은 연휴 끝자락이라며 늦잠을 잘 시간이지만 내게 일요일 아침은 늘 정해진 루틴대로 흘러간다. 우리 가족이 다니는 교회의 단체 주문이 있는 날이다. 토스트 15개. 매달 카톡으로 한 달 치 주문을 미리 넣어주시는 고마운 권사님이 계신데, 어제저녁 불쑥 전화가 왔다.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으니 원래 넣던 불고기루꼴라 말고 햄치즈 토스트로 바꿔달라는 말씀이었다. (역시 사람 입맛이라는 건 계절의 미세한 틈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근하는 길, 바람이 꽤나 쌀쌀했다. 하지만 내 하의는 지난봄 유니클로에서 사서 입기 시작한 얇은 여름 바지 그대로다. 밖이 춥다고 조금이라도 두터운 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간 이 좁은 카페 주방 안에서 더워 죽기 딱 십상이다. 24시간 웅웅거리는 냉장고 모터의 열기, 커피머신의 온기, 그리고 가장 무서운 가스 그릴의 시뻘건 온도까지 합치면 카페 실내 온도는 바깥보다 평균 10도는 더 높다.
정오가 가까워지면 아직도 에어컨을 틀어야 숨이 쉬어진다. 바지도 가장 얇은 것, 상의도 반팔 티셔츠 하나다. 오픈 초기만 해도 프랜차이즈 본사 매뉴얼대로 칼같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각 잡힌 모자까지 썼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고 대책 없는 열정이었다.) 지금은 모자도 유니폼도 진작에 집어던졌다. 그냥 내 몸에 편한 옷을 걸치고, 앞치마도 얇은 천으로 된 활동 편한 놈으로 바꾼 지 오래다. 군대 말년 병장의 몰골과 다를 바가 없다.

불판앞에 서 있을 날도 한 달 밖에 안남았다. 아쉬운 마음도 있으니 참 아아리니하다. 짬밥으로 버티는 주방, 그리고 앞집 사장님의 말
오전 8시, 교회 단체 토스트 15개를 포장해 넘기고 숨을 좀 돌리려는데 9시 15분쯤 어김없이 배달 알림이 울렸다. 매주 일요일마다 주문을 넣는 학원이다. 예전에는 토스트 콤보를 주로 시키더니, 지난주부터인가 햄치즈 단품에 양송이 스프를 조합해서 시키기 시작했다. 연달아 들어온 주문 2건을 합치니 토스트 9개에 스프가 10개다. 날이 차가워지니 양송이 스프가 곧잘 나간다.
보통 한두 개 낱개로 들어오는 스프는 사기컵에 물과 희석해 전자레인지에 돌려 내보내지만, 10개쯤 되는 대량은 웍을 꺼내 가스불로 끓여내야 한다. 이것도 4년이라는 세월 동안 구르며 몸으로 터득한 짬밥이고 요령이다. 장사 초짜 시절이었으면 주문서 보고 손이 덜덜 떨려 제시간에 조리도 못 하고 허둥지둥 매장을 뛰어다녔을 거다. 폐업까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주방에서 음식 빼내는 손놀림만큼은 지금이 거의 달인 수준이다. (참 쓸데없는 타이밍의 장인 정신이다.)
문득 앞집 홍어회 사장님이 툭 던졌던 말이 스쳐 지나간다. 장사는 한 10년 해야 그때부터 돈을 번다는 이야기. 카페 창업 후 4년은 이제 겨우 그 10년의 전반전을 지나온 셈이다. 세상 어떤 일이든 돈을 벌려면 지독한 끈기와 노력, 인내가 필요한데 그걸 참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는 게 정말 뼈아프게 맞는 말이다.
학원 주문을 쳐내고 나니 배달이 줄줄이 이어진다. 가성비 좋은 계란듬뿍 토스트 주문이 많다.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부담 없으니 우리 매장의 효자 메뉴는 언제나 계란듬뿍과 햄치즈다. 한때는 끼니 때울 시간이 없어 햄치즈 토스트를 질리도록 먹었는데, 요즘은 다이어트 때문에 손도 안 대는 메뉴가 되어버렸다. (그 기름진 빵 조각을 넘기기엔 내 몸뚱이가 너무 무거워졌다.)
30% 수수료와 가게 2개를 말아먹고 배운 것
연휴 끝자락 일요일 치고는 그래도 손이 놀지 않았다. 어제는 하루 종일 매출 10만 원도 못 건진 최악의 토요일이었는데, 오늘은 쿠팡 4건, 배민 2건, 총 6건의 배달이 찍혔다. 하지만 포장지를 묶으면서도 입안이 쓰다. 배달앱 플랫폼 수수료에 라이더 비용까지 떼이고 나면 거의 30%가 뭉텅이로 날아간다. 팔아봤자 손에 쥐는 건 푼돈이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기분은 몇 년을 겪어도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4년 동안 제품 가격을 딱 한 번 올렸는데, 그마저도 2년 전 일이다. 물가는 미친 듯이 뛰는데 내 맘대로 메뉴 가격 500원 하나 올리지 못하는 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서글픈 한계다. 내가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전국에 40개가 넘어가던 브랜드였는데, 지금은 지도 앱을 켜봐도 7개 정도밖에 안 남았다. 소리 소문 없이 간판을 내린 그 수많은 점주들은 다 얼마나 손해를 봤을까.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매장들의 처지도 녹록지 않다. 본사는 매달 가맹비를 꼬박꼬박 챙겨가지만, 정작 나는 4년 동안 본사 사장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다.
결국 다 내가 잘못 선택한 결과이기에 누굴 탓하겠는가. 다만 뼈저리게 배운다. 남의 손을 빌리는 어설픈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나만의 특화된 기술과 음식이 있고, 최소 10년 이상을 버텨낼 자본과 노력과 의지가 있을 때에만 덤벼야 하는 게 자영업이라는 판이다. 가게 두 개를 거하게 말아먹고(아직 한개 남은 이 가게도 폐업이 34일 남았다), 수업료로 인생의 몇 년을 바치고 나서야 가슴속 깊이 새긴 결론이다.
연휴의 쓰레기 더미, 그리고 저녁 식탁
가게 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오피스텔 옆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가관이다. 연휴 기간 동안 수거를 안 한 탓에 거대한 종량제 쓰레기봉투들이 산더미를 이루다 못해 도로 쪽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도 수거 용기를 차고 넘쳐서 시큼한 국물이 줄줄 새어나와 냄새가 요동을 친다. 내일 아침이면 저 난장판이 모두 깨끗하게 치워지겠지만, 전국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와 음식물을 묵묵히 치우시는 분들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들의 찌꺼기를 치우며 삶을 지탱하는 이들이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다.
예전 같지 않은 아시안게임이지만 오늘 저녁 6시 30분에 한일전 야구 결승전이 열린다고 한다.
얼른 들어가서 찌든 기름 냄새부터 씻어내야겠다. 아내와 아들과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 챙겨 먹고, TV 틀어놓고 야구나 보면서 이 지루하고 고단했던 연휴를 털어내야지.
어쨌든 오늘도 하루를 버텨냈다. 그리고 남은 날짜는 이제 34일이다.
[D-34 오늘의 마감 정산]
- 오늘의 총매출: 218.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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