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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 폐업을 앞두고 찾아온 뜻밖의 단골들, 그리고 묵직한 월요일삶과 사유의 기록/50대 인생 2막 도전기 2026. 9. 21. 18:48반응형
어제저녁에는 거실 TV로 정말 오랜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을 봤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큰 스포츠 경기를 TV 앞에 앉아 챙겨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30년 전만 해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결승이 열리면 온 동네가 들썩이고 거리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는데, 이제는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손안에 든 핸드폰 속에 온갖 볼거리가 넘쳐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저 내 가슴이 무뎌지고 늙어버린 탓인지 예전 같은 흥은 도통 나질 않는다. 그래도 한일전에서 통쾌하게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우리 선수들을 보니 코끝이 찡할 만큼 멋있긴 했다. 기분 좋게 치킨에 소주 몇 잔 꺾어 마시고 알딸딸하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녘에 사달이 났다. 오른쪽 종아리가 뻣뻣하게 뒤틀리며 쥐가 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나이 오십 줄에 장사하느라 하루 종일 서 있었던 대가가 고스란히 다리로 내려앉은 모양이다.) 이제 10월에 문을 닫고 나면 딴 건 몰라도 하지정맥류 수술부터 잡아야겠다. 이 몸뚱이로 앞으로 또 달릴 준비를 하려면 고쳐 써야지 별수 없다.
배달 앱 대신 울린 반가운 전화벨
주말 동안 손님이 몰려 몸을 혹사한 탓인지 월요일 아침부터 천근만근이었다. 평소 같으면 일찌감치 나와서 부산을 떨었을 텐데, 오늘은 웬일로 7시가 훌쩍 넘어서야 가게 문을 열었다. 8시 오픈이니 시간이야 넉넉하지만 문을 열고 불을 켜도 머릿속이 몽롱하다. 예전에는 가게 문 열고 커피머신 전원 올리자마자 바로 날아다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 작은 공간의 공기에 내 몸이 적응하는 데만 꼬박 한 시간이 걸린다.
오전 9시 33분, 카운터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근처 고등학교였다. 평소에는 주문이 없던 곳인데, 수화기 너머로 조심스럽게 전화로 바로 주문해도 되냐고 묻는다. 당연히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떼이고 나면 손에 쥐는 마진도 얼마 없는데, 전화 주문이라니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요즘 들어 이상하게 근처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우리 토스트가 입소문이라도 났는지 단체 전화 주문이 부쩍 잦아졌다. 배달 깃발 꽂고 수수료 퍼줄 때는 잠잠하더니 참 묘한 일이다.
점심에는 늘 달아놓고 드시는 장부 손님들 챙기고 홀에도 서너 팀이 들어차 제법 북적였다. 문 닫을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장사가 더 잘 풀리는 이 아이러니는 뭔지. (장사 안돼서 파리 날리는 것보단 백번 천번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카페에서 잘 팔리는 밀박스들... 오픈보다 열 배는 더 손이 가는 철거의 무게
오후가 되자 오피스텔 관리소장이 쓱 들어와 명함 한 장을 쑥 내민다. 폐업 철거 업체 명함이었다. 다른 곳에서 견적 다 받아보고 오면 무조건 그 가격보다 싸게 후려쳐서 해줄 테니 연락해보란다.
그래, 이제 진짜 닥쳐왔다. 지난번 떡볶이집 정리할 때도 뼈저리게 느꼈던 거지만, 가게는 차릴 때보다 뺄 때가 열 배는 더 골치 아프다. 오픈할 때는 돈만 주면 인테리어 업자고 주방 업체고 알아서 척척 들어오지만, 폐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털어내야 한다. 냉장고며 에어컨, 며칠 전까지 닦고 조이던 커피머신까지 중고 시장에 헐값으로 넘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오후 4시쯤 그 고등학교에서 추가 전화 주문이 한 번 더 들어와 준 덕에 오늘 매출 장부는 꽤 묵직하게 채워졌다. 오늘부로 매장 마감 시간을 기존 저녁 8시에서 6시로 앞당겨 조정했다. 해가 점점 짧아져 6시만 넘어도 어둑어둑해지거니와, 토스트라는 게 저녁 장사에는 영 힘을 못 쓰는 탓이다.
집에 갈 채비를 마쳤는데 어깨가 바닥으로 축 늘어진다. 월요병인지, 아니면 끝을 앞둔 가게에 서 있는 자의 마음의 무게인지. 그래도 오늘 하루 버텨냈고, 텅 빈 거실에서 나를 기다릴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무거운 다리를 끌고 매장 문을 잠근다. (오늘 밤엔 다리에 쥐나지 말고 부디 푹 잘 수 있기를.)
[D-40 오늘의 마감 정산]
- 오늘의 총매출: 292,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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