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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43] 폐업을 앞두고 터진 예약 풀, 삶의 기막힌 타이밍
    삶과 사유의 기록/50대 인생 2막 도전기 2026. 9. 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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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다운타임'과 바꾼 1시간의 여유

    어제 퇴근 무렵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 메인 화면에 뜬 '다운타임'이라는 일본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도 카페 장사를 하며 손님 없는 오후의 적막을 달래려 참 많은 일본 콘텐츠를 섭렵했다. 리틀 포레스트, 퍼펙트 데이즈, 방랑의 미식가, 앙: 단팥인생 이야기, 치히로 상,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까지.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요즘은 틈틈이 오디오북을 더 많이 듣지만, 텅 빈 매장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버텨내는 데는 여전히 넷플릭스만 한 게 없다.

     

    어젯밤 침대에서 1편을 보다 잠들었는데 몰입감이 상당했다.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낸 성형 이야기라니, 소재와 연출의 합이 찰떡이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오늘 출근길 내내 '가게 가서 틈나면 다운타임 마저 봐야지' 생각하며 매장문을 열었다. (물론 그 생각은 몇 시간 뒤 완전히 박살 났다.)

     

    커피머신을 예열하고, 밤새 요동친 미국 증시 시황을 빠르게 정리해 블로그에 발행하고 나니 오전 7시 30분이 훌쩍 넘었다. 지난 1년 동안 매일 오전 7시에 문을 열었는데, 몸은 몸대로 축나고 매출 효율도 영 아니었다. 결국 최근에 오픈을 오전 8시로 1시간 늦췄다. 고작 한 시간인데도 숨통이 트이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오픈 전, 따뜻한 온기가 돌기 시작하는 매장에 앉아 카페라떼 한 잔을 마시는 이 시간이 지금의 나에겐 가장 소중하다.

     

     

    정말 잘나가는 돼지불고기. 샌드위치, 토스트, 샐러드에 주요 재료다.

     

    앞집의 휴무와 초등학교 선생님의 전화, 그리고 묘한 저주(?)

    오전 8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까지 배달 앱 4개를 켜두었지만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8시 9분, 딸랑거리며 문이 열리더니 길 건너 오피스텔에 사는 남자 손님이 들어왔다. 예전에 종종 오다가 반대편에 '과일당?'이 생긴 뒤로는 발길을 끊었던 손님이다. 알고 보니 오늘 앞집이 임시휴무였다. (앞집이 쉬니 마지못해 우리 집으로 온 거다. 자영업자의 씁쓸한 현실이다.)

     

    그런데 그 손님을 시작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프라인 워킹 손님들이 한두 명씩 끊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흐름이 오후 1시까지 이어졌다. 중간에 들어온 배달 1건을 빼면 죄다 홀 워킹 손님이었다. 매장에 손님이 이렇게 줄지어 서는 게 대체 몇 년 만인가.

     

    '이제 가게 접으려고 마음 굳히니까 손님이 몰려드는 건가? 이게 무슨 저주의 법칙인가.' (잠시 실소 섞인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여기에 정점을 찍은 건 초등학교 전화였다. 지난번 쿠팡이츠로 단체 주문을 주셨던 선생님께 "다음번에 단체 주문하실 때는 매장으로 직접 전화 주시면 수수료 부담도 덜고 저희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그걸 잊지 않고 진짜 매장 유선으로 전화를 주신 거다.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밀박스 4개를 주문하시더니, 잠시 후 같은 학교의 다른 선생님이 "추천받았다"며 연달아 전화를 주셨다. 샌드위치 5개에 음료 2잔. 오늘 그 학교에서만 매장 직거래로 거의 10만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려주셨다.

     

    배달 수수료 떼이지 않는 귀한 단체 주문에, 밀려드는 홀 손님까지 겹쳐 결국 오후 2시까지 배달 어플 4개를 전부 꺼두었다. 오전 8시부터 재료 썰고, 빵 굽고, 커피 내리고, 쉴 새 없이 설거지를 쳐내느라 넷플릭스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실 틈도 없었다.

    오후가 되자 뒤꿈치부터 발바닥이 저려오고 불이 나는 것 같았지만, 마진 계산기를 두드리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받쳐주면 발바닥 통증쯤은 기분 좋은 훈장이다.

     

     

    이젠 내가봐도 샌드위치를 제법 잘 만든다.

     

    주말 예약 풀, 버텨내는 가장의 무게

    오후 3시를 넘어서자 이번엔 주말 단체 예약 전화가 쏟아졌다.

    늘 곁에서 든든하게 힘이 되어주는 아내가 열심히 출석하는 교회에서 일요일 오후 1시까지 햄치즈 단품 50개 주문이 들어왔다. 이어 같은 교회 권사님이 일요일 오전 8시 픽업으로 베이컨모짜 15개, 또 다른 교회 권사님께서 BLT 샌드위치 8개와 타코치킨 샌드위치 8개를 연달아 예약하셨다. 토요일에 미리 받아둔 토스트 60개 주문까지 합치니 이번 주말은 완전히 '예약 풀(Full)'이다.

     

    이번 주말은 가게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꼬박 불판 앞에 서 있어야 한다. 50대 가장의 허리와 발바닥이 또 비명을 지르겠지만, 손님이 없어 텅 빈 매장에서 멍하니 배달 알림음만 기다리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 몸은 고단해도 일할 수 있고, 지켜야 할 가족이 있고, 손에 쥐어지는 보람이 있으니 다시 앞치마를 고쳐맨다.

     

    오늘 다 못 본 넷플릭스는 이번 주말 장사 다 끝내고, 다리 쭉 뻗고 누워서 맥주 한 캔과 함께 봐야겠다(사실 지금도 틈나는 데로 보고 있는데 눈에 착착 감긴다 ㅋ).

     


    [D-43 오늘의 마감 정산]

    • 오늘의 총매출: 384,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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