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D-62] 새벽 5시에 출근해 아침 단체 주문을 준비하며 — 아내의 한마디와 혼자 치러낸 일요일
    삶과 사유의 기록/50대 인생 2막 도전기 2026. 8. 30. 14:06
    반응형

    폐업 날짜를 하루하루 손꼽아 헤아리며 살아가니 시간이 유독 빠르게 흘러간다. 반년 전만 해도 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가게를 털어내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끝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오니 마음이 복잡하다. 지난 4년 가까이 내 몸을 갈아 넣어 해오던 일들을 번듯한 결실로 매듭짓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5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낯선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한 압박감이 가슴 한구석을 턱 하고 틀어막는다.

     

    어제저녁에는 식탁에서 스마트폰 좀 그만 보라며 툭 던지는 아내의 잔소리에 순간을 참지 못하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주워 담지도 못할 거친 말들을 쏟아내고 말았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아이는 부모의 살벌한 눈치를 살피더니, 말없이 식탁 정리를 하는 내 곁에 다가와 묵묵히 손을 보탰다. 그 서글픈 와중에도 '이 녀석 나중에 사회생활은 참 잘하겠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감정이 뒤엉킨 채 아이 방에서 잠을 청했다가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눈을 떴다. 오늘은 교회에서 들어온 단체 주문이 2건이나 잡혀 있는 날이다. 합쳐서 15만 원 남짓한 매출이지만, 혼자 준비하고 포장해서 내보내려면 꼬박 2시간 반은 쉴 새 없이 손을 놀려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선 새벽 출근길 공기가 제법 서늘해졌다. 온몸을 짓누르던 그 숨 막히던 여름의 열기도 이제는 다가오는 가을바람에 서서히 자리를 내어주는 모양이다.

     

     

    혼자서 80가지 메뉴를 감당해야 하는 1인 매장의 무게

    가게 불을 켜자마자 빵을 굽고 재료를 세팅했다. 계란듬뿍토스트와 햄치즈토스트 콤보 18개, 불고기루꼴라토스트 15개. 말이야 간단해 보이지만 홀로 서서 지지고 볶으며 30개가 넘는 토스트를 완벽하게 포장해 내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가끔 아내는 내게 오늘 매출이 얼마냐 묻곤 했다. 30만 원 정도 했다고 대답하면 "한 50만 원은 해야 남는데 아쉽네"라는 말이 돌아오곤 했는데, 그 말이 내 가슴에는 늘 못처럼 박혀 무척이나 서운했다.

     

    혼자서 매출 50만 원을 찍으려면 매장에 서 있는 14시간 내내 손님과 뜨거운 철판 사이에서 숨 쉴 틈도 없이 나 자신을 볶아대야 겨우 쥐어짜 낼 수 있는 숫자라는 걸 아내는 잘 모른다. 가장 가까운 가족마저 이 치열한 노동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할 때면, 나는 대체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하나 싶어 씁쓸한 고독감이 밀려온다.

     

    새벽 단체 주문을 다 쳐내고 나니 오전 8시가 훌쩍 넘었다. 숨을 고르며 설거지를 하고 매장을 정리하는데, 9시 정각이 되자마자 반가운 알림음이 울린다. 근처에서 학원을 운영하시는 우리 가게 최고의 단골손님이 보내온 쿠팡이츠 주문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잊지 않고 토스트 콤보 6개를 시켜주신다. 금액으로는 4만 원 돈, 조리와 포장에 또다시 30분이 걸린다. 음식을 만드는 도중에 다른 배달 주문이 연달아 들어오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기에 서둘러 배달 어플을 '임시 정지'로 돌려놓았다.

     

    토스트카페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토스트와 샌드위치, 샐러드, 수많은 음료까지 메뉴 종류만 80개가 훌쩍 넘는다. 주문서가 들어오면 빵을 굽고, 채소를 썰어 샐러드를 만들고,  음료까지 뽑아내느라 주방 안은 그야말로 혼비백산이다. 이제는 손에 익어 요령이 생겼지만, 주말 피크타임에 주문이 동시다발로 쏟아질 때면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버겁다.

     

     

     

     

    치열했던 나만의 전쟁터, 그리고 다가오는 끝

    오전 내내 홀 손님과 배달 기사님들이 쉴 새 없이 문을 열고 오가면서 주방 뒤편 개수대에는 씻지 못한 식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난장판이 되었다. 이 많은 일을 혼자서 다 쳐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스스로 참 대견하고 독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목구멍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돈이라도 많이 벌리면 웃으며 버틸 텐데, 몸은 몸대로 축나고 남는 건 없으니 결국 이런 뼈아픈 한계들이 지금의 폐업을 결심하게 만든 것이다.

     

    창밖을 내다보면 남들은 곱게 차려입고 교회를 가거나 반려견을 산책시키며 여유로운 일요일 오전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좁은 주방에 갇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나만의 고독한 전쟁을 치러낸다. 옆 점포에 새로 들어온 대하구이 집은 장사가 잘되어 좋겠지만, 아침에 출근해 보면 가게 주변에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잔뜩 토해놓고 간다. 넘쳐난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20리터짜리 봉투가 장렬하게 터져 아스팔트 바닥 위로 국물을 흩뿌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세상일이 어디 내 뜻대로만 흘러가던가. 내가 아무리 계획하고 애를 써도 내 주변에서는 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들이닥친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묵묵히 버텨내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게는 정해진 끝이 있기에, 오늘도 달력의 숫자를 하나 지워내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본다.

     

    P.S.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주인공 '만수'를 보며 왜 그런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D-62 오늘의 마감 정산]

    • 오늘의 총매출: 152,200원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