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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소설 《낙화》를 읽고: 피어나지 못한 비극을 보며 돌아본 가족의 무게와 치유의 힘 (50대 가장의 솔직한 독백)삶과 사유의 기록/내가읽은 책독후감 2026. 8. 29. 10:07반응형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들여다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더없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화려한 껍데기를 벗겨내고 내면의 실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에 남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할 가슴 아픈 사연과 깊은 고민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고민과 상처의 크기만 다를 뿐, 모두가 그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밖에서는 남들에게 한없이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처럼 굴다가도, 정작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할 가족에게는 남에게도 하지 않을 모질고 못된 말을 불쑥 내뱉곤 한다. 아내와 감정이 격해져 거친 말이 오갈 정도로 치열하게 다툴 때도 있고, 아이에게 늘 다정하고 완벽한 아빠가 되어주지 못해 돌아서서 자책할 때도 많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가족을 지금까지 단단하게 지탱해 준 가장 큰 힘은 '상처를 빨리 마주하고, 훌훌 털어내며 원래의 따뜻한 자리로 돌아오는 빠른 회복력'에 있었다.
소설 《낙화(낙하)》는 바로 그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침묵과 상처, 그리고 치유하지 못한 관계가 어디까지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뼈아프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밀리의 서재. 이희영작가의 '낙화' 1. 액자식 구성으로 파헤친 침묵의 가족사
소설은 현실의 화자가 과거의 사건을 소설로 기록하는 액자식 구조를 통해 상처를 응시한다.
- 외부 이야기 (현실의 경인):
- 소설가인 주인공 '경인'은 청춘 시절 얽혀 있던 인물들(잎새, 찬희)과의 묵은 오해와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며, 평생 외면해 왔던 자전적 고백을 소설로 써 내려간다.
- 내부 이야기 (소설 속 비극):
- 부모의 재혼으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채 한 지붕 아래 묶이게 된 의붓남매 '정'과 '현'의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규범 안에서 서로를 향한 감정을 억누르던 두 사람은, 침묵과 억압의 끝에서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2. 말하지 못한 비밀이 부른 '낙하(落下)'와 '낙화(落花)'
작품의 제목은 두 가지 중의적 의미를 품고 있다.
- 낙하 (落下, 추락): 사회적 금기와 운명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끝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인물들의 처절한 파멸.
- 낙화 (落花, 떨어지는 꽃): 가장 찬란하게 피어나야 할 청춘의 시절에 온전히 꽃피우지 못한 채 차가운 비바람에 꺾여 떨어진 여린 영혼들의 아픔.
가족 안에서 생긴 상처와 균열을 제때 치유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덮어버릴 때, 가족은 가장 포근한 안식처가 아니라 서로를 갉아먹는 비극의 무대가 되고 만다.
3.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리는 현실의 서글픔
상처를 풀지 못하고 회복할 힘을 잃어버리면,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가족이 남보다도 못한 원수나 남남이 되어버리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냉혹한 현실이다.
나에게도 그런 아픈 옹이가 하나 박혀 있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과는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아버님을 내가 모시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오랜 시간 연락을 끊고 남처럼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참 가슴 아프고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이런 크고 작은 굴곡과 흉터를 안고,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아파하면서도 어떻게든 다음 길을 걸어가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4. 서평 노트: 더 떨어지지 않고 가족과 함께 피워낼 내일을 위해
소설 속 경인은 평생을 짓눌러온 가족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활자로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상처받은 영혼들과 화해하고 참회의 길을 열었다.완벽한 가족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 부부도 없고, 상처 주지 않는 부모 자식도 없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에게 받은 생채기를 얼마나 빨리 보듬고,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느냐다.
소설 《낙화》의 주인공들처럼 더 깊은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고, 인생의 굴곡을 넘어 가족과 함께 끝까지 삶을 아름답게 이어가고 싶다. 오늘 밤에는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아내와 훌쩍 자라준 아이에게 무뚝뚝함을 내려놓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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